1. 돈이 많아지면 왜 물가가 오를까? 기본 직관 정리
여러분, 먼저 아주 직관적인 그림부터 떠올려 볼게요. 어떤 동네에 빵이 10개밖에 없는데, 그 빵을 사고 싶은 사람도 10명입니다. 모두가 한 개씩 사면 되니, 빵값은 크게 싸울 일이 없겠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동네에 사람들이 들고 있는 돈의 양만 두 배로 늘어났다고 상상해 볼까요? 빵은 여전히 10개뿐인데, 사람들은 “돈이 많아졌으니 두 개쯤 사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빵집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가격을 조금 올려도 다 팔리겠는데?” 하는 신호로 느껴집니다.
즉, 물건(빵)의 양은 그대로인데, 그 물건을 사려는 힘(돈과 수요)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위로 밀려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직관입니다.
실제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임금 인상, 정부 지출, 은행 대출 확대 등으로 사람들 손에 쥐어진 돈이 많아지면, 그 돈이 같은 양의 물건을 두고 경쟁적으로 쓰이게 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돈의 양에 비해 물건의 양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질수록, 돈 한 장이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들고, 그 결과 물가는 오른다.” 인플레이션은 이렇게 돈과 물건의 상대적인 불균형에서 출발합니다.
2. 은행의 대출과 통화량 증가, 인플레이션과의 연결고리
이전 글에서 우리는 중앙은행에 100억이 들어오고, 지급준비율을 제외한 나머지를 시중은행이 계속 대출하면서 통화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를 살펴봤습니다.
예를 들어 지급준비율이 10%라면, 100억 중 10억은 준비금, 90억은 대출로 나가고, 그 90억이 다시 다른 은행에 예금되면 또 9억을 빼고 81억을 대출… 이런 과정이 반복될수록 경제에 떠다니는 숫자상의 돈은 점점 커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계속된다고 해서 우리 동네 빵집의 빵 개수가 자동으로 두세 배로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장을 짓고 사람을 뽑고 기술을 개발해야 생산이 늘어나는데, 그 속도는 돈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훨씬 느릴 때가 많습니다.
은행 대출이 활발해지면 사람들은 더 큰 집을 사거나, 더 비싼 차를 사거나, 투자를 늘리거나, 소비를 앞당기게 됩니다. 그러면 같은 양의 자산과 물건을 두고 경쟁하는 돈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위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장기적으로는 통화량이 늘어나면 물가도 함께 오른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은행이 신용을 만들어 내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통화량은 완전히 멈추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늘어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역시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계속 존재하는 현상이 되기 쉽습니다.
3. “화폐 가치 하락”이 내 월급과 저축에 미치는 진짜 영향
그럼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나와요.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이 내 지갑과 통장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가장 단순한 예로, 지금 10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장보기 품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5년 뒤에도 똑같은 100만 원이 내 통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런데 그 사이에 매년 3%씩 물가가 올랐다면, 5년 뒤 100만 원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양의 물건만 살 수 있습니다.
숫자 자체는 그대로인데, 그 숫자가 살 수 있는 “실질 구매력”은 줄어든 것이죠. 마치 게임에서 같은 100골드라도 패치 이후 아이템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 버리면 체감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월급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봉이 그대로인데 물가만 5% 올랐다면, 사실상 우리는 실질적으로 연봉이 깎인 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이야기할 때 항상 “실질 임금, 실질 이자율”이라는 표현을 따로 쓰는 거예요.
요약하면, 은행이 대출을 통해 돈을 많이 만들어 낼수록 통장 속 숫자만 보고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그 숫자가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서서히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 지식이 아니라 내 월급과 저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패라고 볼 수 있어요.
| 포인트 | 핵심 내용 요약 |
|---|---|
| 기본 직관 | 물건의 양은 그대로인데 돈의 양이 늘어나면, 같은 물건을 두고 경쟁하는 돈이 많아져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
| 은행 대출과 통화량 | 지급준비율을 제외한 예금이 계속 대출·재예금되면서 통화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 화폐 가치 하락 | 통장에 찍힌 숫자는 그대로여도, 물가가 오르면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들어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다. |